11월



날이 스산해지니 삼청동의 낙엽깔린 길이 생각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라떼 한 잔과 먹어도먹어도 배부르지 않은 달달한 케익이 있었으면......(-_-)

요즘 신랑은 내가 tv에 나오는 곳마다 가고 싶다, 나오는 음식마다 먹고 싶다, 고 한다고 한다.

몸은 무거워지고 신종플루 땜에 세상은 흉흉하니 예전만큼 자유롭지 못해 더 그런 것 같다.

더 늦기 전에 한 번 떠야겠다.

by bluebaby | 2009/11/01 21:04 | 안에서 | 트랙백 | 덧글(2)

노인들


내가 강퍅한 건지 모르겠지만 요 이틀새 노인들의 예의없음에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

이틀 전 계산대가 두 개 정도 되는 마트에서 물건을 장바구니에 담고 계산을 기다리는데, 어떤 할머니가 쑥 오더니 자기는 계산할 물건이 2개니까 먼저 좀 하겠다고 끼어든다. 나도 급한 건 아니어서 그냥 대답없이 양보해주었다. 하지만 같은 계산대 줄에 있긴 싫어서 다른 줄로 옮겼다. 나도 계산할 물건이 많진 않았다. 영수증 보니 만 원 정도? 자기가 2개 샀으면 먼저 계산해도 되는 건가. 다리가 아프다거나 몸이 안 좋다거나 했으면 이해했을 것이다. 사람이 넘쳐나는 시간도 아니었는데 꼭 그래야만 하나 싶었다.

오늘은 어떤 할아버지 두 명과 엘리베이터에 같이 탔다. 두 할아버지는 아는 사이인지 잡담을 나눴다. 나는 내가 올라가야 할 층의 버튼을 눌렀다. 그랬더니 그 중 한 명이 "5층, 7층."이라고 말했다. 솔직히 기가 막혔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어서 그냥 버튼을 눌러줬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불쾌하다. 내가 자기보다 버튼 가까이에 있긴 했지만 자기는 손이 없나 발이 없나? 강아지까지 끌고 다닐 정도로 기력이 있던데. 술냄새는 불콰해가지고 젊은 여성이 있으니 엘리베이터걸인 줄 아나. 적어도 "5층, 7층 좀 눌러주세요."라고 부탁하는 말투라도 사용했다면 이해했을 것이다.

나는 늙음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이 먹으면 힘들겠지, 이해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이 먹었음을 무기로 예의 없이 행동하는 것은 정말 아니다. 품위 있게 늙어야 대접받을 것이다.

by bluebaby | 2009/10/29 21:02 | 안에서 | 트랙백 | 덧글(4)

생활 잡담



-임신 31주차에 접어들었다. 숨 찬 건 조금 덜해졌지만 밤이 되면 가슴께가 답답해 잠이 안 온다. 그러니 잠 드는 시간이 맨날 새벽 2~3시. 신랑 일어나는 시간에 일어나도 몸이 찌뿌드드해 누워 있다보면 다시 잠들어 결국 낮잠을 자는 셈이 되니, 밤엔 또 잠이 안 와서 눈이 말똥말똥.. 그런데 사람은 왜 직장을 안 나가고 있으면 꼭 이렇게 밤 늦게 자고 아침 늦게 일어나게 될까? (나만 그런가?) 밤에 일찍 잤어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있으면 좀 피곤하다. 점심 먹을 때까지 광활하게 남은 시간이 살짝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침 11시쯤 활동 시작하면 가장 하루를 효율적으로 보내는 듯.

-요즘 운동삼아 일주일에 한두번은 꼭 올림픽공원 산책을 한다. 직장을 나가고 있을 때는 가을이 너무 짧게만 느껴지더니, 혼자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지니 그렇게 짧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날씨 좋은 날 양산 들고 천천히 걸으면 참 좋다. 피크닉이라도 하고 싶은데 혼자 걷는 때가 거의 대부분이라 좀 아쉽긴 하지만.. 아직도 낮에 산책하면 좀 덥고, 밤에는 살짝 두께감 있는 후드티를 입어야 할 만큼 서늘하다.

-그 더운 여름에는 그래도 해먹는 음식이 낫겠지 싶어 땀 삐질삐질 흘려가며 불 앞에 서서 카레라이스니 김치볶음밥이니 해서 만들어먹고, 치우기까지 하고 나면 진이 다 빠졌는데, 이제 후반기 들어서니 아주 맘대로다. 내가 하는 음식도 결국 마트에서 다 재료 사온 거고 조미료를 아예 안 넣는 것도 아니며 카레가루나 굴소스에 뭐가 들었는지 알게 뭔가. 결국은 다 인스턴트라는 생각이..(-_-) 중국집에서 한 그릇도 배달해줄까 하는 소심한 마음에 늘 망설였는데 이젠 뭐 잡채밥 같은 것도 시켜먹고, 집 주변 김*네 분식도 애용한다. (근데 어느 동네건 이 분식 체인점은 사람이 북적거리지 않는 걸 본 적이 없다. 오늘도 올림픽공원역 근처에 있는 곳 들러 김밥 사왔는데 완전 바글거리더라는..) 한번은 설렁탕이 먹고 싶어 근처 나가서 또 포장해왔다.ㅎㅎ

사실 임신하면 음식 스트레스가 정말 크다. 오히려 초기에는 아직 탯줄이 완성되지 않아 내가 먹는 게 아기한테 곧바로 안 간다고도 하고(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입덧 때문에 잘 못 먹으니 땡기는 건 무조건 먹으라고들 하는데, 식욕이 좀 올라오기 시작하면 나쁜 것들이 마구 먹고 싶어진다. 특히 밤에..-_-; 임신하면 커피도 완전 못 마시는 줄 아는 사람이 많아 친구 만나서 한 잔씩 마시면서도 잘못한 기분이 드는데, 내가 그래도 참는 편인 것은 탄산음료, 라면, 햄버거나 피자류, 초콜릿..(사실 라면 빼고는 평소에 자주 먹지 않는 거라 굳이 참는다는 표현을 쓰기도 민망.) 아, 짭짤이 과자도 상당히 좋아하는데 그래도 많이 줄였다. (사실 요즘은 위가 눌려 식사하고 나면 간식 생각이 많이 안 나 줄였다고 봐야겠지.)

-또한 요즘 골치 아픈 것이 출산용품 준비. 9월부터 리스트를 만들어 필요한 것/없는 것을 구분하고 있는데, 키워보질 않았으니 필요할지 없을지가 가늠이 안 된다. 주변 사람들이나 카페 경험담을 검색해봐도 사람들마다 말이 다르고.. 너무 시행착오를 안 겪으려 하고, 쓸데없는 곳에 돈을 너무 안 쓰려 하니 힘들었던 듯하다. 그냥 미리 사두고 싶은 건 조금만 사두고, 혹 나중에 쓰지 않더라도 내가 겪어가면서 알아나가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바꿔야 스트레스를 덜 받지.. 고급으로 준비하자면 한도끝도 없고 싼 것으로 사자면 또 밑도끝도 없는 아기용품의 세계-_-; 그 골치 아프다는 결혼준비보다 더 방대하지 싶다. 하긴, 아주 연약하고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하는 한 사람이 집에 생겨나는 것이니..

비좁은 집에 많은 물건들을 새로 들이려니 집안정리에 마음이 급하다. 냉장고 청소도 부랴부랴 하고, 부엌 수납장도 정리해서 아기 젖병이니 하는 것들 들어갈 공간도 만들어놓고, 장롱이랑 서랍장도 정리는 했는데 아기 물건 넣을 공간이 좀체 생기질 않는다. 오래된 세탁기 바꾸고 싶었지만 이래저래 엄두가 안 나서 세탁조크리너만 돌려 아기 물건 빨래를 해두려 하는데, 햇빛 좋은 날 한꺼번에 하려 하니 타이밍이 잘 안 잡힌다. 우리 빨래 돌리고 나면 아기 빨래 돌릴 게 또 생길 텐데 그 땐 세탁조 청소를 또 해야 하나?..(완전 따로 하려면 '아기사랑세탁기'를 사야겠지;;) 침대 밑, 식탁 밑, 소파 밑 먼지는 또 어떡하나. 닦으면 또 쌓이고 닦으면 또 쌓이고 대체 어디서 이렇게 날아오는 건지. 담요며 쿠션이며 방석이며 새삼 더러운 게 눈에 밟혀 죽겠다. 모든 걸 완벽히 깔끔히 할 순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전전긍긍. 적당히 신랑한테 부탁하면 될 걸 알면서도 혼자 그냥 끙끙. (결국 신랑이 쿠션이랑 방석 빨았다는..ㅎㅎ)

알 낳기 전에 둥지를 고르는 어미새의 심정이 이해되는 요즘이다......

by bluebaby | 2009/10/18 16:36 | 안에서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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